국가폭력의 가해자이자 희생자라는 군인의 숙명을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을 떠올리면 대개는 당대를 그린 영상물에 등장하는,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잔혹하기 그지없는 모습이 선명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본군이 그렇지는 않았을 테다.
이 책 <너희는 죽으면 야스쿠니에 간다>는 생존한 일본 제국군 히로토 아키라씨(해군), 기시 우이치씨(해군), 코타니 히로히코씨(해군 군속)를 인터뷰한 책으로 세 인물의 개인적인 체험과 해병대 장교 출신이기도 한 저자가 설명해주는 당대의 배경설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당대 일본 제국군의 망탈리테(심성)를 철저히 파헤친다.
책은 천황을 필두로 하는 일본제국의 국체사상이 집합의식으로서 어떻게 개인의식을 억압해왔는지 인터뷰이들이 전쟁 기간 겪은 상세한 경험들을 통해 풀어나간다. 그와 동시에 패전 이후 그들이 억압 속에서 동요해 온 개인의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또한 책에 자세히 서술돼 있다.
위 내용만으로도 이 책이 일본 제국군 개인을 심층적으로 파고든 훌륭한 저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책의 핵심내용은 바로 제목에 나오는 야스쿠니 신사를 다루는 대목에 있다.
해군으로 복무한 두 인터뷰이는 모두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 호의적인 입장이다. 기시씨는 "그렇게 배척할 만한 것은 아니다", "(유가족을 위로한다는 측면에서) 훌륭하다"고 호평했고 히로토씨는 "어느 나라든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을 위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두둔했다.
천황의 전쟁 책임이 없다고 단언하며 쇼와 천황을 "좋은 천황이셨다"라고 그리워한 기시씨는 물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