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S로 세상을 지배한 요지경 5공화국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4/20
3S로 세상을 지배한 요지경 5공화국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원고)

   
글 박선욱
   
   
1981년 5월 27일, 서울대학교 도서관 광장에서는 5.18 1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침묵시위가 진행되던 오후 3시경, 도서관 6층 옥상에서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태훈이 “전두환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세 번 외친 뒤 스스로 옥상에서 몸을 던져 사망했다.
“이럴 수가! 이따위 쓰레기 기사로 김태훈 열사를 두 번 죽게 하다니!”
다음날 이른 아침, 인사동의 한 조그마한 식당에서 모처럼 친구 J를 만난 P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서울대 학생의 죽음을 단순한 투신자살로 처리한 1단 기사를 발견하고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8일자 주요 신문 사회면에는 ‘국풍81 화려한 개막’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농가로 내려와 꿀통을 훔쳐 먹다가 사살된 반달곰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P와 J는 해직기자가 된 뒤부터 부쩍 자주 만나게 된 사이였다. 그들은 전날 밤의 숙취를 달래기 위해 해장국에 막걸리를 시켜 먹는 중이었다.
“서울대생 사건을 국풍과 반달곰으로 뒤덮는 전략이군. 이게 다 H의 작품이겠지?”
“내 눈으로 안 봤으니 알 수 없잖아. 그렇지만 요즘 운동권 학생들 때문에 청와대의 높으신 분이 골치깨나 썩인다고 들었어. H가 그분한테 잘 보이려고 신문사 사장들에게 으름장을 많이 놓는다고 하더군. 모두들 알아서 기는 것도 웃겨. 언론인이 깡다구도 없나?”
그들이 말하는 H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5공의 실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어휴! 1980년 11월 언론 통폐합 때의 일을 생각만 허면 지금도 천불이 난다니까.”
“그때 일을 떠올리면 나도 속이 뒤집혀. 그 일로 전국의 신문사 11개, 방송사 27개, 통신사 6개 등 도합 44개의 언론매체가 통폐합되었으니, 말 그대로 폭거 아닌가?”
두 사람은 그때 떨려난 일을 생각하며 치를 떨었다. 그 무렵 H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대한민국의 언론 매체는 모조리 쑥대밭이 되었다. 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315
팔로워 5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