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망령

도문 ·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 작가
2023/03/20
- 치직, 치직

“되나?” 
“어, 제대로 나오네.” 
“좋아, 그러면 방송 시작 누르고… 시이이 - 작.”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여가며 타블렛의 카메라에 자신들의 모습이 비치는 것을 확인했다. 일행 모두가 화면에 잡히는 화각이 나오자 진행을 맡은 메인 스트리머 마크는 그제서야 씩 웃으며 큰 소리로 떠들었다.
 “여러분들, 마크의 고스트 레인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는 현재 태평양 전쟁 당시 격전지로 알려진 팔라우 제도의 어느 섬에 와 있습니다. 이 곳에는 아직도 발굴이 되지 않은 일본 제국의 수많은 유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 데이빗?”
 데이빗도 한 발짝 앞으로 나와서 중얼거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데이빗입니다. 여기 와 보니까 바다도 겁나 시퍼렇고... 그치? 덥기도 드럽게 덥고 모기도 좀... 있는 것 같아요. 뭐 그런데 사방이 온통 초록색인 게 이쁘긴 진짜 좆나게 이쁘네요. 헤헤.”
 뒤에서 리키가 고함을 쳤다.
 “야, 임마! 방송에서 ‘좆나게’가 뭐야! 그건 우리끼리 WAW 게임 할 때나 쓰라고!”
 마크는 데이빗을 밀어내고 다시 앞으로 나와 재잘거렸다. 금발의 뽀글머리 아래로는 이 곳의 기후 때문인지 땀방울이 쉼 없이 흘러내렸고 뽀얀 그의 피부는 한여름의 햇살을 받아 벌겋게 익었다. 그래도 마크는 여전히 자신의 파란 눈동자를 타블렛 렌즈에 비추며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자, 여러분. 데이빗이 여기 경치를 보고서 너무 흥분을 한 나머지 ‘F’로 시작하는 말을 해 버렸네요. 뭐 여러분들도 일상 생활에서는 다들 그러지 않나요? 하핫. 자 그러면 오늘도 우리 고스트 레인저는 이 곳 팔라우 군도에서 죽어간 망령을 찾기 위해 나섭니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상황은 어떠한 조작이나 특수 효과 같은 게 없는 모두 실제 상황이라는 점 다시 한 번 알아두시고요. 그러면 출발하겠습니다. 토미, 잘 찍고 있지? 따라와.”

 팔라우 군도의 정글 속은 정말 절경이었다. 우리 키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큰 관목들이 사방에 우거져 있었다. 잎사귀들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20여년 게임 회사 / 프리랜서로 컨셉아티스트 활동 현재 역사소설가 겸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11
팔로워 4
팔로잉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