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 없는 사람이 하는 소아응급 이야기

정현정 · 소아응급전문의
2024/04/22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소아응급이라는 전공과목 자체는 굉장히 생소할 것이다. 의료인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다소 낯선 전공이기도 하니까. (아닌가, 재작년 말부터 소아응급실 대란이니 뭐니 해서 이제 좀 핫해졌나. 아무도 안 하는데 있기는 있어야 되는 뜨거운 감자 같은 그런 존재?) 대한 소아응급의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소아응급 세부전문의란 대한민국 법정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학회의 수련프로그램을 완료하고 시험에 합격한, 소아응급의학 영역의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임상 의사를 말한다.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고, 2022년 10월에 처음 신설된 아주 따끈따끈한 세부전문의 자격이다.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의 교집합인데, 사실 이 교집합 자체가 크지가 않다. 응급실도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곳인데, 소아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응급실의 속성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에 뿌리는 두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을 원한다. 업무 로딩의 상한선이 없고 언제 무엇이 닥칠지 모르는 이 불안정한 공간, 심지어 24시간 돌아가야 하기에 당직업무가 필수인 이곳은 그리 선호도가 높은 곳이 아니다. 한편 소아는 전통적으로 극호와 극불호로 갈리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응급실에서 대개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순간부터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기에, 대개 경증으로 내원하는 소아의 진료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을 수밖에. 무엇보다 보호자를 대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내 자식 문제라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데, 아프기까지 하면 신경이 이만저만 곤두선 것이 아닌 소아 보호자를 대하는 것은 상당히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이 인기 없는 교집합을 가끔 나오는 별종들이 한다. 나 같은. 

안녕하세요, 소아응급 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면 자주 묻는 질문들이 있다.

1)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시나 봐요.
아니요. 저 애 안 좋아합니다. 조카도 사실 크게 정 안 줬어요. 조카보다는 저희 집 회색 강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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