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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왜 이런 법은 없나요?

이보라
이보라 인증된 계정 · 『법 짓는 마음』 저자
2023/10/23

alookso 유두호
법에도 얼굴과 표정이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재난안전법’에는 차오르는 눈물과 입 앙다문 결심이 배어 있고, ‘가습기살균제법’에는 살균제를 산 가족들의 자책을 국가 책임으로 전환하겠다는 회한 섞인 단호함이 있으며, ‘2050 탄소중립법’에는 곧 닥쳐올 미래에 대한 아슬한 두려움이, ‘차별금지법’에는 허리를 곧추세우게 하는 단정한 존엄이 있습니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법에서,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법에서 여러분은 어떤 얼굴과 표정을 읽고 계신가요? 화난 표정일까요? 아니면 무표정에 가까울까요? 분명 모든 법은 그 법의 성격에 맞는 표정을 띠고 있는데도 그것이 잘 읽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1. 국회가 하는 일은 고성과 싸움이 전부이기 때문 
  2. 법의 언어가 딱딱하기 때문
  3. 법의 의미가 나한테까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 

이 정도이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언론에서 국회는 국민 세금으로 특혜를 누리면서도 마냥 싸워 대는 집단 정도로 보이지요. 드라마나 영화 속 국회는 또 어떤가요? 온갖 권력 투쟁이 난무하는 무협지이거나 서민 주인공이 국회의원 되기까지의 입지전인 경우가 태반이고요. 이런 국회의 모습은 허상이라고까진 못해도 피상쯤은 되는데요. 피상만 남은 국회는 둘 중 하나예요. 시민들의 안줏거리가 되거나 욕지거리가 되거나. 

문제는 그렇게 시민들이 국회를 버리면, 권력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부터 국회를 활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욕만 하고 관여하지 않으면 국회가 가진 사람들의 것이 되고, 그러면 불행하게도 국회는 가장 절실한 사람들에게 가 닿지 못하게 됩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관용어구는 우리 사회에서 칭찬처럼 쓰이지만,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권한을 특별히 누리는 사람’, 즉 특권층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겁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법 없이 살 수 없지요. 법은 권리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국회에서 일하다 보니 가진 사람들은 사적인 민원을 공적인 권리인 듯 말하고, 없는 사람들은 공적인 민원을 사적인 민폐인 듯 말하는 것을 많이 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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