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도 단비가 될 수 있대.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11/18
뭉게구름 몇 점이 떠 있는 파란 하늘은 가을을 연상시킨다. 이미 겨울이 성큼 다가왔지만, 채 즐기지 못한 계절에 대한 아쉬움이 청명한 공기로 남아있다. 아직은 따스함이 남아있기를 바라며 출근하는 길,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가을의 변덕이 남아 있음을 하늘이 여실히 보여주는 날이다.

분명 파랗던 하늘이 주차를 할 때 쯤엔 새까만 구름들도 뒤덮여 있다. 조금씩 강해지는 찬 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종종 걸음으로 학원에 들어선다. 오늘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하교와 등원을 맡기로 한 날인데, 비가 오지 않기만을 바랐건만. 학생을 데리러 갈 시간이 되자 거센 비가 쏟아 내린다.

우산을 들고 학교로 향하는 길, 주머니에서 알림음 하나가 울린다.

[행정안전부] 오늘 14시30분 강풍경보, 간판 등 부착물 고정,선박 결박,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피해에 유의바랍니다

돌봄교실에서 학생을 데리고 문 앞에 섰을 때, 이미 가로로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작은 탄식을 내뱉는다. 아, 이걸 어떻게 뚫고 가지. 우선 학생의 패딩 지퍼를 단단히 채워주고, 모자까지 꾹 눌러 씌워준다.

"지금 비바람이 너무 강하니까, 선생님한테 딱 달라 붙어서 걸어가야해."

우산을 최대한 아이쪽으로 기울인 채, 몸을 숙여 아이의 어깨를 꼭 붙잡는다. 하지만 우산으로 가려진 상체만 빗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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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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