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
2023/10/25
에디터 노트
10월 25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다. 첫날 예매 관객 31만 명, 예매율 67.9%에서 볼 수 있듯 영화·애니메이션 팬들의 관심이 아주 뜨겁다.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명작을 만든 거장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분위기다.
궁금하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자신의 세계를 다질 수 있었던 걸까? 얼룩소는 전문가 두 분을 찾았다. 영화 전문 유튜버인 백수골방은 ‘아날로그적 신비감’과 ‘완결성에 대한 집착’을 이야기했고, 김윤아 영화평론가는 작품 곳곳에 깃든 신화적 모티브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무의식을 이야기했다.
1.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
2. 신화로 읽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예술 세계
by alookso 우현범 에디터
📌 그가 고수하는 한 가지 원칙, 아날로그
영화 전문 유튜버 백수골방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40년 동안 지켜온 연출 법칙 한 가지>라는 콘텐츠를 게시한 바 있다. 미야자키의 작품에 깃든 가장 중요한 지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아날로그적 신비감”이라고 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신비로운 감각이다. 최근 가장 잘나가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어릴 적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고선 하늘 저 너머에 라퓨타 성이 있다는 상상을 하며 영화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이러한 상상을 돕는다.
백수골방 유튜버는 현대 디지털 시대엔 “많은 비밀이 사라져서 신비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더는 밝혀낼 비밀이 없다”고 종종 느끼는 건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범죄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CCTV가 여기저기에 많기 때문이다.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했을 때 CCTV 동선을 피해서 ‘신비롭고’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단지 아날로그가 주는 신비감 때문에 사람들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백수골방 유튜버는 그의 작품에 “아날로그 시대의 협업 정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아날로그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일까? 나는 그 시절에 협업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가 아닐까 짐작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부족한 게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인과 소통하며 협업해야 한다. 21세기 오타쿠 계열 영화는 반대다. 이런 작품들에선 주인공이 내면 세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세상이 왜 이렇게 잔혹할까?’ 같은 이야기를 독백처럼 쏟아낸다.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런 작품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보면 자기 욕구에만 몰두하는 걸 넘어서 그 욕구로 세상에서 무엇을 할지 그려낸다. 혼자 지낼 수 없는 환경을 강제하기 위해 아날로그 시대를 작품 속에 그려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