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3/05/30
주말에 영화를 보고 나서 같은 건물 안에 있는 쇼핑몰을 잠깐 구경했다. 국산 패스트 패션 브랜드 매장에 들렀는데 손님이 꽤 많았다. 구경만 할 생각으로 들른 곳인데, 매장 입구 가판대에 쌓여 있는 옷들을 전부 3,000원에 팔고 있었다. 지나치는 것은 예의가 아닌듯 하여 옷을 살펴보고 있었다.
 
  함께 보고 있던 아내가 바지를 하나 들어 올렸다. 여름용 정장 바지였다. 딱 보아도 남성용 가장 작은 사이즈의 바지다. 처음엔 내키지 않아서 망설였다. 보통 이런 곳에서 바지를 구입했을 때 성공해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성공을 못했다는 것은 옷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키가 작아서 제일 작은 사이즈 바지를 사도 거의 수선을 해야만 입을 수 있다.
 
  20대 후반까지는 지금보다 훨씬 더 포동했었다. 그 때는 배도 많이 나와서 작은 사이즈 옷을 못 사고 큰 사이즈를 사서 수선을 해야만 했었다. 그렇게 입으면 바지 통이 커서 아저씨 배바지처럼 된다. 30대 이후로는 살이 많이 빠져서, 바지를 고르는데 훨씬 수월해졌다. 허리 사이즈가 줄어서 제일 작은 사이즈를 고르면 된다. 물론, 그래도 기장은 손을 봐야 한다. 살이 빠진 것이지 다리가 길어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남들은 그냥 걸쳐 입어도 되고, 한두 번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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