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물질’이 날지 못할 때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9/14
출처 - 픽사베이
    인간의 신체적 능력으로는 며칠, 몇 개월이 걸리는 멀리 있는 공간에 몇 분, 몇 시간 만에 닿도록 해주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부품 수가 3만 개쯤 된다고 한다. 도로가 아니라 하늘을 질주하며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이 멀리 있는 공간에 닿도록 해주는 비행기(제트여객기)는 그 크기와 복잡성을 감안하면 수십만 개의 부품이 들어갈 것이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인간에게 그런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은, 자동차와 비행기를 구성하는 물질들 중에 질주와 비행의 속성을 가진 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와 비행기의 부품들은 대부분 철과 알루미늄, 플라스틱, 탄소섬유와 고무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 물질들 중 어느 것도 질주와 비행의 속성을 갖고 있지 않다. 

    철은 무게 때문에 인간보다도 이동하기 어려운 물질이고,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탄소섬유, 고무 등도 철보다는 가볍지만 스스로는 움직이지 못한다. 수십만 개에 달하는 비행기의 부품 어느 것에도 날아오르는 속성은 들어있지 않다. 심지어 비행기를 날게 만든다는 날개조차도 따로 떼어놓으면 무거운 금속판에 불과하다.
출처 - 픽사베이
    비행기가 비행하는 것은 연료 덕분이다. 주입된 연료를 태우는 순간, 비행과는 무관했던 물질들이 비행과 깊은...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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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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