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지 않고 덕질하는 마음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2/25
‘덕질’이라는 게 이제는 너무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가 되는 바람에 어원이 원래 오타쿠에서 나왔다는 둥 오타쿠가 일본어의 뭣에서 나왔다는둥 설명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도나도 무슨 덕질을 하네마네 하고 뉴스레터 따위에서도 MZ세대의 취향을 알아내어 무슨 덕질을 어떻게 시키네마네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대의 변화가 신기하달까,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것에 속는 기분이랄까……. ‘츤데레’라는 단어가 널리널리 퍼져서 너무 당연시된 나머지 일본인한테도 ‘오, 츤데레라는 말도 알아?’하고 놀라서 묻는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위 문화가 퍼지는 모습은 언제나 놀랍다.

아무튼 어떤 단어가 유행한다면 그 단어가 사용되기에 딱 맞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고, 실제로 사람들이 뭔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붙들고 관련된 상품을 사모으거나 영상을 찾아다니는 풍조가 별스러울 일도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면 덕질이라는 행위에 단어가 찾아왔다는 추측이 맞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이렇게 되고 보니 정작 덕질이 무엇인지 시원하게 정의하기는 어려워졌다.

인터넷 사전 ‘우리말 샘’에는 덕질이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인터넷 사전의 신뢰도는 높지 않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정의 같다. 나도 덕질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뭔가를 좋아해서 그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좋아해서 그 아이돌 소식을 찾아보고 영상을 모으는 것도 덕질이 맞고, 게임을 좋아해서 그 게임의 공략법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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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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