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동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비틀면 - <저주토끼> 리뷰

전새벽
전새벽 · 에세이 '닿고 싶다는 말'을 썼습니다
2024/03/24
출처 : 출판사

K팝과 K영화에 이어 K문학이 점점 주목을 받고 있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이래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2021년 대거상을 받았고 손원평의 <서른의 반격>이 2022년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소식이 참 많았죠. 또 최근에는 제가 좋아하는 김혜순 시인이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하며 K문학의 위상을 또 한번 드높였습니다.

한데 외신에서 K문학 이야기를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가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작가의 대표작을 가져왔습니다. 러시아/폴란드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문학 연구자, 매년 두세 권씩 책을 내는 다작 소설가, 2022년 영어권에 처음 소개한 책으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 정보라의 대표작 <저주토끼>입니다. 


그런 법은 없지만, 그런 세상은,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나도 저주 용품을 만드는 걸로 직업을 삼고, 그걸로 생게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 ‘저주토끼’ 중에서

표제작 ‘저주토끼’는 저주용품을 만드는 할아버지가 친구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저주 받은 토끼 전등을 타깃에게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해 (스포일러 주의) 저주는 성공하고 타깃 가족은 전부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반전이나 트릭은 찾아볼 수 없는 단순하고 선형적인 이야기이지요. 몇번씩 밑줄을 긋게 하는 아포리즘도, 현란한 어휘로 이루어진 묘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왜 전세계 독자가 열광하는 걸까요. 아무래도 한 작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이어서 실린 '머리'는 어느날 갑자기 변기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 ‘머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머리’는 주인공 여성을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어머니가 변기에 버린 것들로 인해 자신이 생겨났으니 당신의 내 어머니, 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점차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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