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사회 경계를 넘나든 안평대군 - <운영전>이 말하는 사랑과 이별(2)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4/11
안견의 <몽유도원도>, 안평대군이 자신의 꿈 속에서 본 광경을 말해 그리게 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월간중앙)

유교사회의 경계를 넘나든 안평대군
   
<운영전>에는 운영과 김진사의 만남과 사랑, 다른 궁녀들의 지지, 안평대군의 조치와 김진사의 노비인 특의 악행 등이 자세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정작 운영이 왜 원귀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 바라던 뜻이 이루어졌으며, 원수인 노비도 이미 제거되어 분통함도 씻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렇듯 비통함을 그치지 아니하십니까?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못함을 한탄하는 것입니까?
   
운영과 김진사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유영은 두 사람의 원한이 풀렸다고 생각한다. 운영과 김진사 두 사람은 다시 만나고자 하는 뜻이 이루어졌고, 두 사람의 불행의 원인인 노비 특이 죽었기 때문에 복수가 이루어졌으므로 운영과 김진사의 분함이 풀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니 유영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지 묻는다.

결국 유영의 질문은 운영과 김진사가 왜 계속 억울해 하는냐는 것이다. 유영의 판단으로는 두 사람의 억울함이 풀린 듯한데 계속해서 슬퍼하니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운영과 김진사에게 왜 억울한가를 명확히 말해달라고 한다. 이것은 운영과 김진사가 유영에게 한 하소연의 편폭이 작지 않았음에도 유영의 궁금증을 해소해 줄 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영은 운영과 김진사에게 그들의 억울함이 무엇인지 직접 알려 달라고 하지만, 이들은 끝내 대답하지 않는다. 운영의 하소연에 드러나는 조각들을 통해 추측해 보는 수밖에 없다.

우선 주목되는 인물은 안평대군이다. 운영의 하소연 초반에 등장하는 안평대군은 전형적인 유교 사회의 권력자 혹은 유교 지식인의 풍모를 보여준다. 그는 중세 시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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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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