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쓰레기'와 '죽음의 옷' - 다이소, 쿠팡, 알리, 테무 그리고 유니클로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3/24
결혼을 앞둔 대만의 한 예비부부가 환경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쓰레기 처리장 앞에서 결혼사진을 촬영했다. 출처-아이리스 슈에 페이스북 캡처, 한국일보
'예비 쓰레기'와 '죽음의 옷' - 다이소, 쿠팡, 알리, 테무 그리고 유니클로 

1. 아내는 '다이소'를 좋아한다. 가끔 먼저 산책을 가자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보통 다이소로 무언가를 사러 가야할 때인 것이다. 언제 가도 다이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로 탐나는 물건이 없다. 다이소의 물건들이 내 눈에는 조잡하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아내에게는 귀엽고 저렴하며 쓸모있는 것들인가 보다. 

다이소에는 엄청나게 크고 가벼운 플라스틱 제품들도 5천원 이하이다. 물론 대부분 상품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천 원이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가리지 않고 몇 가지를 집어도 보통 1만원 안팎이니, 쇼핑할 맛이 나는 모양이다.
다이소 매장 풍경. 출처-조선일보
언젠가 다이소 쇼핑을 마치고 나오면서, "다이소는 깨끗한 재활용품 수거장 같아"라고 말했다가 혼이 났다. 내 눈에는 재활용품 수거장에 있는 플라스틱, PET, 비닐, 유리병들이나 다이소의 그것들이나 별 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한 쪽에는 좀 더 깨끗한 것들이 진열돼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오염되고 낡은 것들이 자루 안에 부려져 있는 것 아닌가.

다이소에는 정말 없는게 없다. 이토록 다양한 제품들의 가격을 1천원으로 표준화시키기 위한 제작공정과 납품과정에서의 비용 짜내기를 상상하면 끔찍하다. 다양하고 저렴해서 좋다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숨겨진 희생과 부조리가 얼마나 크겠는가. 또 가격이 싸니 손쉽게 이것저것 많이 사고, 또 내다버릴 때도 별로 망설임이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고 버리고, 또 사고 버리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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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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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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