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지중해⑧> “‘아니(Oxi)!!’가 나치를 무너뜨렸다.” -오리아나 팔라치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0/27
두 나라가 서로 가까우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뉠 수밖에 없나 봅니다. 지중해를 대표하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도 그런 것 같습니다. 먼 옛날에는 문명이 앞선 그리스가 이탈리아 땅에 식민지를 뒀지만 로마가 카르타고와 그리스를 패망시킨 기원전 146년 이후에는 로마의 후손인 이탈리아가 그리스를 힘들게 한 적이 많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여러 번 그리스를 침략, 지배한 것은 물론 파시즘이 발호하기 시작한 1922년에는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땅에 살고 있던 그리스어 생활자들을 학살하기도 했는데, 살해된 사람들은 기원전 8세기 무렵 이곳에 식민지를 세웠던 그리스 사람들의 후손들입니다. 
   
지중해 동쪽 끝 카스텔로리조 섬은 그리스 영토이나 터키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는 무려 570㎞ 떨어졌지만 터키 영토와는 거리가 2㎞밖에 안 됩니다. 인구는 1만 명이 채 안 되고, 오래된 성당과 해변, 동굴 속 모든 것이 환상적인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는 ‘블루 케이브(Blue Cave)’ 같은 볼거리도 반나절이면 다 볼 수 있는 작은 섬입니다. 1992년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우수 외국 영화상을 받은 영화 ‘지중해’ 덕분에 유명해진 이 섬을 찾는 관광객 중에는 드문드문 한국인도 끼어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이 섬에 파견된 이탈리아 군인들과 그리스 주민들이 서로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원래 이름이 카스텔로리조였던 이 섬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지배자가 되면서 메기스티라고 이름이 바뀌었다가 2차 대전 후 그리스 영토로 회복된 후에는 다시 카스텔로리조가 됐습니다.
   
영화에서, 이 섬에 상륙한 이탈리아 군인들을 가장 먼저 맞는 것은 “그리스는 이탈리아의 무덤”이라는 큼직한 낙서입니다. ‘침략자’ 이탈리아에 대한 주민들의 뿌리 깊은 원한을 말해주는 장면입니다. 이탈리아 군인이 동료에게 “네 조상이 그리스 사람이었을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카스텔리조를 떠나 그리스 본토에 바짝 붙어 있는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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