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결성-6월항쟁 승리의 주역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5/12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결성-6월항쟁 승리의 주역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원고)
   
   
글 박선욱
   
   
1. 전국 규모 민주화운동 재야 단체의 탄생
   
1987년 5월 27일, 향린교회에는 아침 6시 무렵부터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호헌철폐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 발기인대회에 참여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바삐 서둘러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에는 가벼운 농담도 오갔다.
“경찰들, 웬일이래? 시민들이 서넛만 모여도 시위를 할까봐 도끼눈을 뜬 채 감시하더니, 쥐죽은 듯 조용하니 오히려 이상하네 그려.”
“우리 모두가 입을 꽉 다물고 있었는데, 알면 귀신이게?”
경찰의 눈을 따돌리고 모인 사람들은 계훈제, 박형규, 최형우, 김상근, 양순직 등 150여 명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모인 까닭은 지금껏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온 민통련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민통련의 중심인물들은 인천 5·3항쟁 이후 대부분 수배 중이었다. 상임 의장인 문익환 목사는 구속된 상태였다. 민통련은 이 와중에도 5공 정권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별적인 단체로 흩어진 상태에서 막강한 군사독재정권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좀 더 큰 규모의 새로운 결집체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었다. 국본이 탄생하게 된 이유이다.
학생들은 한때 야당을 불신했으나, 5․3 인천항쟁 이후 야당과 연대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5월 이후에는 학생들과 야당과의 관계가 호전되었다. 이와 더불어 야당과 재야 간의 연대가 공고해지면서 민주대연합의 구도가 짜여졌다. 종교계에서도 야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개신교 쪽과 천주교 쪽이 민주세력을 광범위하게 끌어들여야 한다는 당위성에 합의하면서 학생 ․ 야당 ․ 재야 ․ 종교계 간의 민주대연합이 형성되었다. 이들이 조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합’이나 ‘위원회’가 아닌 ‘운동본부’로 명칭이 정해졌다.
국본 발기인들은 교회 문을 들어서며 서로 악수하거나 어깨를 끌어안으며 반가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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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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