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만화가 되는 순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10/06
만화의 출발점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다. 만화를 만화답게 하는 형식에 대한 고민과도 연결되어있다. 만화는 근본적으로 시각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이다. 인간의 뇌는 시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일 때 감각기억이 작동한다. 감각기억에서 주목하지 못한 정보는 바로 사라지고, 나머지 접오는 작업기억으로 옮긴다. 작업기억에서 정보의 가치를 판단한다. 가치있는 정보는 부호화되어 장기기억으로 옮긴다. 시각정보를 과장/제거해 기억의 서랍에 넣어둔다. 장기기억은 각각 노드와 링크로 구성된 거대한 망을 만드는데, 이를 스키마schema라고 한다. 기억해야할 새로운 시각정보가 과장/제거를 거쳐 장기기억으로 들어오면, 새로운 정보는 하나의 노드가 되어 기존 스키마에 링크된다. 그래서 기억은 연쇄성을 갖는다.
스콧 맥클라우드 <만화의 이해> 중
시각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억은 정보를 얼마나 유사한지, 가까운지, 연결되어있는지 등을 판단해 판단한다. 이를 완결성(closure)이라 부르는데, 스콧 맥클라우드는 <만화의 이해>에서 부분을 보고 전체를 만들어 가고,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게 하는 만화의 작동이 '완결성 연상(closure)'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자 김낙호는 'closure'를 '완결성 연상'으로 풀어 번역했다.)

정지되어있는 시각정보를 보며 움직임을 느끼는 순간이 만화의 출발점일 것이다. 선사시대 인류는 동굴벽화를 그리며 움직이는 동물의 발을 여러 개로 묘사하기도 했지만 동굴벽화나 이집트 무덤의 그림, 로마 시대의 원주나 테피스트리 그림, 두루마리 그림 등이 만화는 아니다. 
만화가 시각 커뮤니케이션 '매체'라고 보았을 때 대량생산되어, 대중들에게 도달하는 대중전달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만화는 어느 지점에서 만화가 되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러다 로돌프 토페르(TÖPFFER, Rodolphe, 1799-1846의 <팡실 씨(M. ...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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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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