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0/12

그동안 우리 식구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던 냉장고와 작별을 했다. 회생 불가한 김치냉장고와 더불어 점점 냉기가 시원찮아진 냉장고 모두 이 집을 나갔다. 새 식구가 들어오기 전, 기존의 냉장고 속에 있던 재료들을 소진해야 했다.

깊고 깊은 냉동실 안에는 언제 넣어둔 것인지 모르는 식재료들이 가득했다. 냉장고 정리를 자주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유통기한이 2020년인 냉동 돈까스, 일회용 비닐봉지에 쌓여 날짜가 표기되지 않은 생선, 꽁꽁 얼다 못해 화석이 되어버린 쑥떡 등이 차갑고 건조한 그곳에 숨어 있었다.

너무 오래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은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먹을 만한 것들로 추려 새 냉장고가 오기 전까지 ‘냉장고 파먹기’가 시작되었다. 제법 그럴싸한 식단들이 꾸려졌다. 장을 보지 않고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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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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