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엽집》 1:9의 난독 구절은 고대 한국어

晦溟
晦溟 · 그믐달과 아득한 바다
2024/04/03
서기 8세기 고대 일본어로 작성된 고전 시가집 《만엽집》(萬葉集)은 스무 권 구성인만큼 수록된 노래의 양이 방대합니다. 고대 일본어의 연구는 에도시대 일본 국학자들이 《만엽집》을 고증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슷한 성격의 문헌일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의 《삼대목》(三代目)은 고대 한국어를 반영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미 오래 전에 산실되어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일본어는 문헌 자료를 활용한 고대 언어의 연구에 참으로 축복받은 상황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엽집》에는 단 한 수, 연구자들로부터 고대 한국어를 반영한다고 여겨지는 시가 존재합니다.

莫囂圓隣之大相七兄爪謁氣 (고대 한국어로 여겨지는 난독 구절)
吾瀬子之 わがせこが “나의 님께서”
射立爲兼 いたゝせるかね “떠나가버렸구나”
五可新何本 いつかあはなむ “언제 다시 만나리”

분명하게 고대 일본어라고 말할 수 있는 후반부의 경우에도 학자에 따라 다르게 해독되기도 합니다만, 이 글의 주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문제이므로 상술하지 않겠습니다.

권1 제9수 〈기이 온천에 나들이 가신 때 누카타노오키미가 지은 노래〉의 전반부 “莫囂圓隣之大相七兄爪謁氣”는 오랜 세월 일본의 국어학자들의 골머리를 썩인 난독 구절입니다. 이 시는 2024년 현재에도 아직 명쾌하게 해독되지 못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시의 난독 구절은 《만엽집》의 가장 오래된 주석서인 일본의 승려 센가쿠(仙覺)의 《만엽집 주석》(1260년대)에 읽는 법이 실려 있어 그 내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센가쿠 주석서에 나타나는 어색한 속격 표지 사용에 관한 해설은 향문천(2024:102–103)에 자세합니다.

ユフツキノアフキテトヒシ
“저녁 달의 우러르고 물었다”

그러나 센가쿠의 주석서에 나온 고대 일본어로 된 읽는 법을 원문 한자 표기를 통해 도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저명한 언어학자 알렉산더 보빈의 2002년 논문과 2017년 《만엽집》 해설서에서 역설되었듯이, 이 시의 전반부는 고대 일본어가 아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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