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쓰레기통에서 벗어나는 법(3)

이영진 · 끝없이 길을 찾는 구도자
2024/04/09

그렇다면 그 오랜 세월동안 어린이에게 청소년에게 스무살 초반의 대학생 딸에게 매일 매일 털어놓던 그 짐승 울음같던 원통한 이야기들을 그 딸이 정말 어른스러워서 다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라고 믿었던 걸까. 그 아이는 여덟살 때부터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는 이상한 아이였다. 그 속을 알아보는 아이들은 그 틈을 비집고 나를 욕하거나 따돌렸다. 순수하게 친구가 되고 싶었던 아이들은 평범한 반응도 잘 없는 나를 그냥 떠나갔다. 혹은 내가 친구가 되고 싶었던, 혹은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잘 해주거나 집착해서 질려서 떠나기도 했다. 

누군가의 감정의 쓰레기통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중요한 건 내 존재의 지지자들이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는 회사 다니면서 아무리 남들에게 이상한 이야기나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나는 우리 엄마 아빠가 있으니까." 그런 믿음으로 살아온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자니 지나 온 인생이 너무 슬펐다. 생존하려고 애썼는데 겨우 누구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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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해파리처럼 파도를 타고 넘실대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다정함과 선의가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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