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슬픔의 안단테 : <비둘기 합창>
2024/05/20
아무리 힘들었던 과거라도 돌아보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오늘 꺼내 들어 다시 보는 이상무 작가의 <비둘기 합창>은 지나버린 과거의 초상이다. 무엇보다도 이상무 작가는 1970-80년대 죄의식없이 일본만화나 다른 콘텐츠를 베끼던 풍토에서 꾸준히 당대를 이야기하려 노력한 만화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상무 만화 안에는 1970-80년대를 드러낸 슬픔이 빼곡하다. 2024년 5월 와디즈에서 독고탁이 처음 등장한 <주근깨>와 대표작 <비둘기 합창>을 펀딩 중이다. 펀딩 프로젝트를 기념해 <비둘기 합창>을 다시 생각해 보자.
<비둘기 합창>은 1970년대의 대표적인 아동잡지 «소년중앙»에 별책부록으로 연재된 후 1980년 동광출판사에서 단행본 5권으로 출판된 작품이다. 단행본 출판 시점을 기준으로 따져봐도 40년이 훌쩍 넘었다.
<비둘기 합창>은 대가족물의 전형적인 구조를 담고 있다. 대가족물은 주로 TV 일일드라마에서 자주 애용되는데, 전체 가족과 연관을 맺은 갈등과 개별인물들의 소소한 갈등들이 흥미롭게 엇갈리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당연히 웃음과 울음,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다. <비둘기 합창>이 보여준 대가족 드라마는 TV 미니씨리즈로도 각색되었던 김수정의 <일곱개의 숟가락>, 무술가족이 등장하는 황미나의 <웍더글 덕더글>, <이씨네집 이야기> 등으로 계보가 이어졌다.
대가족물이라고 하더라도 '웃음'과 '울음' 그리고 '근심'이라는 3개의 화두 중 어디에 방점이 찍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게 된다. 표면적으로 <비둘기 합창>이나 <일곱개의 숟가락> 그리고 황미나의 두 작품은 모두 웃음에 방점이 찍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황미나의 작품과 비교하면 <비둘기 합창>이나 <일곱개의 숟가락>은 '울음'과 '근심'이 서사를 이끌어간다. 1990년대 만화와 1970년대, 1980년대 만화의 당연한 차이로 1990년대 황미나 만화는 ...
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