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벌어진 젊은이의 양지

파라과이 박
파라과이 박 · 현재 한국 번역가 협회 회원입니다.
2024/02/12
프롤로그
나른한 오후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 보니, 아침이 아닌가 밖이 어두어져 있었다. 또래 아이들처럼 시간이 왜 이리 더딘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학교에서는 시간을 쪼개 공부하느라 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집에서 꿀같은 휴식으로 심신 충전하며… 어떤 애들은 장래 꿈도 꾸며 보람찬 하루를 보냈겠지. 나는 아니다.
어릴 적 나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들었다. 형제들과 띠앗을 나누며 자란 나지만, 그네들과는 달리 나는 밖으로 안돌았다. 집에서 동화책을 보거나 흙놀이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버지는 먼지 묻는다고 나무랐지만, 이건 부모님께 양보 안했다.
왜이리 귀신이 무서웠던지 밤에 상당히 떨어져 있던 화장실 가는 게 어려운 일과였다. 아버지의 아우라에 가려 나는 내 성향을 죽이며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다. 감정 표현이 좀 둔했다.
어렸을 적 일이다. 유치원은 안다녔지만, 그때쯤으로 기억한다. 몇 살 위 형은 기회있을 때만 되면 초등학교 국어책에 나온 개미와 사냥꾼 화보를 내개 보여준다. 나는 개미가 다리를 물어 사냥꾼의 무섭게 일그러진 모습에 울었다. 틈만 나면 나는 울었다. 길을 가다가도 어머니 손을 놓치면 울었다. 그래서 불행중 다행인지 나는 미아 아동이 될 염려가 없었다.
한편,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거치지 않은 아이는 성격이 모나게 자란다는 것을 커가며 알게 되었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자주 다녔다. 꽃샘 추위에 손이 트자 어머니는 구리세린을 손에 발라 주셨다. 딸이 없는 지라 내가 딸 역할을 한 것 같다. 지금도 어머니는 무슨일이 생기면 나부터 먼저 찾으신다.
아버지도 무서웠지만, 어머니도 무서웠다. 성인이 된 나지만, 어머니는 잔주름이 서려 있는 얼굴을 거울에 비쳐 보시고 처진 눈꼬리를 위로 치켜 올리셨다. 순간 나는 어릴적 무서운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들었지만, 친구에 적응하여 이제는 제법 힘이 약하게 보이는 아이들을 을러대며 을의 입장을 떠나 갑의 입장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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