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경으로 가는 타임머신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4/03/10

 개경으로 가는 타임머신  - <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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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를 열심히 보던 시절에는 더빙된 성우들의 목소리와 대사를 한 번 보고 줄줄 읊을 만큼 몰입했었다. 그러나 넷플릭스 버튼만 누르면 펼쳐지는 수천 개의 콘텐츠는 그저 ‘재핑’의 대상일 뿐이다.  영화 하나 보다가도 코를 골아 원성 사기 일쑤고, 열심히 보긴 봤는데 내가 뭘 봤는지 알쏭달쏭 아리까리한 상황이 늘어난다. 어디 영화 뿐이랴.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진다. 점점 더 게을러지고 날이 갈수록 집중력이 연약해지는 탓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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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끔 무심코 고른 영화나 드라마가 몇 시간, 또는 며칠을 ‘순삭’시키면서 무릎을 치게 만들 때가 있듯,  심드렁하게 주워든 책에 끼니 시간을 놓치는 내게는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1123년 코리아 리포트 서긍의 고려도경>도 그 중의 하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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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주대첩이 1019년이었다. 10만 거란군이 귀주 벌판에서 박살난 이후 거란은 고려에 전면전을 걸지 못했고 고려는 동북아시아의 명실상부한 균형추 국가로 자리잡는다. 거란이 쇠퇴하고 여진이 강성하여 금나라를 세운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려의 존재는 특별했다. 송나라 요나라 금나라와 모두에게 머리를 숙이면서도 아무에게도 무시받지 않는 나라. 실속 차리는 데에는 재빨라서 소동파 같은 사람에게 “고려 사신 받다가 우리 사람 허리 휜다.”고 부아치민 불평을 들었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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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주대첩 이후 104년이 지난 1123년 송나라 황제 휘종은 고려에 사신단을 파견한다. 숙적 거란족의 요나라는 송나라와 여진족의 금나라의 협공에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송나라는 그 망해가는 요나라 공략에 실패해 금나라에 막대한 예물을 주고 도움을 청하는 상황이었다.  국제정세는 시시각각으로 변했고, 100년 전 거란의 야욕을 꺾었고, 한때 금나라의 여진족을 17만 대군으로 밟으려 들었던 고려는 송나라의 주요한 관심 대상일 수 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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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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