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학교 이야기 ③ 희망이라는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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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7

(이미지 출처: Jakob Owens on Unsplash)


멜라니를 오래 추적한 끝에 만나게 된 조피월트 기자는 제일 먼저 10년 전에 필드스톤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을 물어봤다. 바로 그 일에 관한 궁금증이 긴 취재 과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멜라니는 그 일에 바로 답하지 않고 자신이 유니버시티 하이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일을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면 멜라니가 필드스톤에서 일으킨 소동을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멜라니는 아주 "똑똑한(smart)" 학생이었다. 그냥 학교 성적만 좋았던 게 아니라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였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에만 가면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고, 글도 더 잘 쓰게 되고, 학교 댄스팀에도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단다.

이게 고등학교야?

하지만 그런 멜라니의 기대는 고등학교에 등교한 첫날 산산조각 났다. 첫 번째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교내에 구내식당도 없는 학교였을 뿐 아니라, 제공하는 과목도 수준이 낮았다. 이 부분은 한국과 많이 달라서 설명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고등학교가 수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커리큘럼이 다를 수 있다. 똑똑한 아이들이 많고 대학에 가려는 아이들이 많은 고등학교에서는 어려운 과목을 개설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에서는 아예 어려운 수준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표적인 과목이 수학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학을 포기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어려운 수준의 수학을 개설해봤자 들을 아이들이 없기 때문에 기초 수준의 수학만 가르친다. 물론 낮은 수준의 수학을 공부하고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건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아주 어렵다. 또 웬만한 수준의 고등학교들에서는 대개 AP(Advanced Placement) 수업이 많이 개설된다. 진도가 빠른 아이들은 고등학교 수준의 과목을 1, 2년 먼저 이수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대학교 수준의 과목을 미리 가르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흔하다 보니 좋은 대학교에서는 AP 수업을 듣고 시험을 통과한 아이들이 지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유니버시티 하이츠 고등학교 (이미지 출처: InsideSchools)
어릴 때부터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공부해온 멜라니가 자신이 입학한 유니버시티 하이츠 고등학교에 AP 수업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절망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수학은 더 어처구니없었다. 멜라니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성적에 따라 배정된 수학 수업에는 졸업반 학생들이 있었다. (이는 멜라니의 실력이 우수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학교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런데 학교에는 그다음 단계인 Math B(멜라니의 설명에 따르면 통계나 삼각함수를 배우기 전 단계에 배우는 수업)도 개설되지 않았다. 멜라니는 '농담하자는 건가'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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