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먹방 '랜덤 음식 디펜스'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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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7
10년 전만 해도 혼자서 밥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갔고, 사람들은 바삐 살아가지 않으면 패배자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도 유독 이 ‘1인 식사 문화’만은 일상의 모습으로 자리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국은 집단생활이 당연하고,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며,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다 보니 그런 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그것도 경쟁과 효율성 안에서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제는 남이 혼자서 밥을 먹든 면을 먹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 여전히 고깃집은 좀 쳐다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돌린다. 

이렇게 혼밥이 일상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하며 함께 뜬 콘텐츠가 있다. 바로 ‘먹방’이다. 
먹방이라는 콘텐츠의 최초 의도는 ‘혼자 밥 먹지 말고, 같이 먹어요’였다. 아직 혼자 먹는 게 어색하고,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함께 그 시간을 공유하는 게 시작이었다.

그러다 다이어트나 운동, 지병 등의 이유로 먹고 싶은 걸 먹지 못 하는 사람들의 대리만족 콘텐츠로 성격이 변화해 갔다. 점차 음식들은 자극적이게 됐고, 양도 늘어났다. 

사람들은 새로운 먹방을 원했고 곧 ‘점보 라면 20분 내에 다 먹기’, ‘불냉면 다 먹기’와 같은 챌린지 콘텐츠가 생겨났다.
먹방 콘텐츠는 이제 단지 먹는 행위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청자와 소통하고, 새로운 메뉴와 조합을 찾아내고,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하고, 요리 과정을 체험해야 한다. 물론 대식은 기본이다.

나도 평소에 먹방을 즐겨보는 편이다. 특히 배는 고픈데 밥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늦은 시간에 주로 보고 있다. 물론 먹방을 통한 대리만족이 항상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보다가 못 참고 결국 냄비에 불을 올린 적이 있었으니까. 

개인적으로 한 사람이 한 번에 20인분의 음식을 먹는 것보다, 계속해서 새로운 먹방 유튜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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