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껌이지(Come easy) 4편 : 책과 함께 사는 법
어렸을 때부터 주로 과학책만 읽었습니다. 딱히 과학을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글을 잘 못 읽고 또 느리게 읽는 탓에 비교적 그림이 많은 과학책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보던 과학책에는 스토리가 딱히 없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가끔 악당들이 등장하곤 했지만,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새로운 페이지에는 새로운 내용이 있을 뿐이었죠. 책을 읽는 속도가 더디고,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저는 한 권의 책만 계속해서 읽었습니다. 집에는 예림당에서 출판한 10권에 육박하는 '왜?시리즈' (지금은 'Why?시리즈'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를 포함해서 여러 권의 과학책이 있었지만, 저는 이 중 '우주는 왜'와 '우리 몸은 왜' 단 두 권만 읽었습니다. 그것도 몇 년을 그 책만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가 들면서도 제 독서 편식은 계속되었습니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소설은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읽은 '어린 왕자'와, 친구들이 모두 보길래 궁금함에 읽어본 '해리포터'가 전부였습니다. 도저히 보통의 건강한 독서 습관은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항상 읽고 있는 책은 있었습니다. 어딜 가든 가방에 꼭 싸서 다니고, 잘 때는 머리맡에 두고, 작업 시에는 책상 한쪽에 늘 그 책을 꼽아 놓는 등 자주 읽지도 진도를 내지도 않으면서도 책과 함께 지냈습니다. 지금도 외출할 때 책을 들고 나가면 아내에게 읽지도 않는데 왜 들고 나가냐고 한 소리 듣습니다..ㅎㅎ
이런 식으로 책을 읽다 보면 한 권의 내용을 대부분 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