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가게의 우롱차를 좋아하세요? 6 - 그 사람 자신의 것은 신선하다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3/12/22
나는 남편과 소개팅으로 만났다. 사실 딱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 완벽하게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우리는 홍대입구 3번 출구에서 연남동으로 들어가는 골목에서 만났다. 나는 대학생활 내내 이 동네에서 실제로 거주한 적도 있고 거의 살다시피 한 시간이 많았으므로, '어디로 갈까요?'라는 물음에 내심 '당신이 이 동네에서 픽하는 식당은 내가 거의 다 알고 있을 걸'이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소개팅남을 따라 간 골목은 내가 8년 동안 처음 본 골목의 식당이었다. '아니 이 구역에 이런 골목, 이런 식당이 있었단 말이야?' 맛집에 꽤 자신 있었던 나도 신선한 골목이었다. 사실 그곳은 이제 맛집 좀 아는 사람이라면 많은 이들이 아는 식당이 됐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곳이다.
이제 여기 꽤 유명하죠
그 식당에서 우리는 하이볼을 마셨다. 그의 식당 선정에 꽤 마음이 들었던 나는 먼저 질문을 던졌다. 그날은 토요일 오후였으므로, '오늘 오전엔 뭘 하시다가 나오셨나요?'라고 스몰토크를 시작했다. 뭐 대충 영화를 봤다거나, 집에 있었다거나 운동을 했다거나, 남은 일이 있었다는 정도의 대답이겠지. 그는 '아 요새 술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막걸리 만드는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거기서 막걸리 만들고 왔어요'라고 말했다. 음? 막걸리를 마신 게 아니라 만들고 왔다고라? 오? 신선한데..?

내가 그에게 느낀 첫 호감의 감정은 '신선함'이었다. 물론 그 뒤로 나와 공통점 등을 확인하는 동질감의 감정을 느끼긴했다. 그럼에도 첫 신선함의 인상은 여운이 있었다. 보통 이성에게 호감이 있다고 확인하는 감정은 외모가 잘생겼다라거나 몸이 좋다, 똑똑하다, 부지런하다, 열심히 산다,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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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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