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 차 줬으니 새 차 다오 - 최종화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3/30
*사진출처: Photo by Uwe Hensel on Unsplash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옷가지를 주섬주섬 입는 둥 마는 둥 대충 걸치고,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내 감이 틀린 것일까? 분명 우리 집 앞에서 들린 소리 같지는 않았는데. 그래, 일단 침착하자. 현관문을 박차고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길어야 30초였다. 그 짧은 순간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오조 오억 개쯤 지나쳐갔지만 애써 심호흡을 하며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솔직히 그때보다 더 믿기지 않는다. 아니 이게 정말 말이 되는 건가? 사고가 또 나다니. 내가 누구던가? 세심하다 못해 꼼꼼 대마왕이다. 나는 혹시 모를 일에 강박적으로 대비를 해왔단 말이다. 지나가는 취객이나 자전거라도 부딪힐까 싶어 할 수 있는 한, 벽에 최대한 붙여 주차를 해왔다. 

  차 크기가 이전보다 커졌음에도 오히려 여유공간이 더 남을 정도로 말이다. 오죽하면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서 간격 확인하기를 반복하느라 평균 주차시간이 거의 10분에 가까웠다. 이렇게까지 했으면 일부러 사고를 내기도 힘들다.

  그래 맞아! 이건 꿈 일거야! 나는 지금 꿈을 꾼 이야기로 독자들을 향해 낚싯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꿈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한 달 만에 같은 사고가 또 날 수 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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