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여자는 위험하다 - '자유부인' 논란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1/21
댄스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자유부인 '오영선'. 출처-한국영상자료원(이하 스틸컷 모두)
중공군 50만 명보다 더 무서운 소설, 『자유부인』
   
“S데리아 밑에서는 육십여 명의 남녀들이 아름다운 고기 떼처럼 춤을 추며 돌아가고 있었다. 인생의 향락과 정열의 발산. 관능적인 체취에 정신이 현혹해 오도록 대담무쌍한 애욕의 분방.” -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1954) 중에서
   
한국전쟁 직후 한국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를 막론하고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다. 미국의 영향력에 의존한 이승만 정권은 전후의 난맥을 수습하기는커녕 온갖 부정부패를 주도적으로 일삼으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었다. 개인들 역시 재건에 대한 건강한 희망을 갖기보다, 불법과 비리에 기대 한 몫을 보려는 기회주의에 편승하려는 경우가 많았다. 
   
극심한 사회적 혼란의 양상 와중에 1954년 『서울신문』에 연재된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은 당시의 부도덕한 세태를 대학교수 부인의 일탈을 중심으로 묘사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유부인』 연재 당시 서울대 법대교수 황산덕은 “귀하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대학교수의 부인들은 봉건적 가정주부의 모습을 가장 많이 유지”하고 있으니 “대학교수를 사회적으로 모욕하는 무의미한 소설만은 쓰지 말아”(「자유부인 작가에게 드리는 말」, 『대학신문』, 1954년 3월 1일)달라고 비난한다.
1954년 1월 1일부터 그 해 8월 6일까지 21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된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 출처-서울신문
이에 작가 정비석은 “읽어보지도 않고 노발대발하면서 『자유부인』을 중단하라는 호령을 내리셨으니 이 무슨 탈선적 발언”이냐며 화를 낸다. “가슴에 손을 대고 양심껏 반성해보라는 귀하의 말씀은 고스란히 그대로 귀하에게 반환“한다며 (「탈선적 시비를 박함-자유부인 비난문을 읽고 황산덕 교수에게 드리는 말」, 『서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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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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