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쓰는 법 11] 같이 가보고 싶게 만드는가 - 최종화
같이 가보고 싶게 만드는가
🙋 강소영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오래전 시나리오 잘 쓰기로 정평이 난 한 영화감독으로부터 ‘사과 박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공모전에서 심사할 때 첫 한두 장을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사과 박스로 던진다는 이야기. 강소영 편집자는 ‘투고’라고 이름 붙인 자동 분류 메일함을 열어볼 때마다 가끔 이 사과 박스를 떠올린다.
오래전 시나리오 잘 쓰기로 정평이 난 한 영화감독으로부터 ‘사과 박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공모전에서 심사할 때 첫 한두 장을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사과 박스로 던진다는 이야기. 강소영 편집자는 ‘투고’라고 이름 붙인 자동 분류 메일함을 열어볼 때마다 가끔 이 사과 박스를 떠올린다.
"투고 원고가 책이 되는 일이 확률상 드물고, 어떤 면에서 기적 같은 연결이잖아요. 출판사 투고 담당자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혹자에게서 온 글을 열어보고 진지하게 검토할 때, 어떤 신비가 작용할까요? 간혹 수신자에 여러 출판사의 이름이 적혀 있는 투고가 있어요. 바로 '사과 박스’ 행이죠. 메일에서 출판사나 책에 대한 관심이 느껴진다면 호감이 생기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 수신자를 제대로 썼는지부터 메일 내용, 심지어 기획안 첫 장의 서체나 위계 같은 파일의 만듦새까지, 많은 요소가 이 기적 같은 만남의 첫인상을 좌우합니다. 어찌 보면 첫 독자인 투고 담당자가 일단 원고를 열어보게, 계속 읽어보게 하는 것이 투고에서 가장 중요하겠죠."
종종 원고를 읽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어울리는 출판사에 추천하기도 하고, 개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주기도 하고, 출간한다면 어느 방식이 좋을지 같이 고민하기도 한다.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 저자의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는 이처럼 리뷰를 하다가 원고를 맡기로 결심한 경우다.
"누가 봐도 책이 될 만한 기획을 준비하는 것이 투고의 정석 같겠지만, 처음부터 완성도에 방점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모든 초고는 거칠기 마련이고 사방팔방 다른 길이 날 수 있어요. 같이 가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 먼저지요."
"누가 봐도 책이 될 만한 기획을 준비하는 것이 투고의 정석 같겠지만, 처음부터 완성도에 방점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모든 초고는 거칠기 마련이고 사방팔방 다른 길이 날 수 있어요. 같이 가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 먼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