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있는 학교'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 서이초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송선형
송선형 인증된 계정 · 가론. 삼남매 엄마이자 사업가
2023/07/21
먼저 가신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이 사그라들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올립니다.
(유가족 대표님의 기자회견에서, 그분의 희생을 언급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걸로 판단했습니다.)


굥교육 교사야말로 '권위'를 사회에서 부여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 선생님의 생활지도 권한 및 법적 보호조치가 강력하게 시행되어야 합니다.

얼룩소에도 딸이 학폭위 피해자 +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학부모로서 여러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애초 올린 글에서도 교권이 없다시피 한 현실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저희 딸 사례의 경우 애초에 학내에서 교권이 단단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저는 경력이 얼마 안 된 담임선생님의 고충을 이해하고서 학부모들끼리 비폭력적으로 알아서 해결하여 교육현장의 손길을 줄어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글로 설명했다시피 저의 선의는 처절하게 짓밟혔습니다.

그동안 올린 글에 설명했지만 이 글에서도 짧게 요약합니다.

저는 작년 4월에 피해자 엄마로서 '직접' 상대 학부모들한테 재발방지 요청을 했습니다.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담임선생님의 권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년초부터 가해학생이 괴롭힌다고 담임선생님께 토로한 저희 딸에게서 들은 바로는, 선생님께서 그들의 문제 행동을 지도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원망하는 대신 선생님의 고충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진상학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제 딸이 처한 상황을 개선할 필요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정중하게' 상대 학부모들에게 '저의 개인정보(전화번호)' 전달 요청을 드렸고, 그렇게 연락이 성사되고서 '피해자 엄마인 제가 직접' 가해자 엄마들한테 '좋은 말로 가정교육 잘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굽신거리는' 통화를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말을 무시한 학부모는 가정교육에 지극히 소홀했고, 그집 아들은 11월까지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남학생들을 측근으로 끌여들여서 여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지요.

교권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으면 애초 4월에 중1 아이가 직접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학교의 지도 선에서 끝날 일이었습니다.

그때 4월에 제가 직접 자초지종을 가해자 엄마들한테 설명하면서 얼마나 현타가 왔는지는 더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남학생들한테 괴롭힘을 당한 여학생 엄마가 직접 남학생들 엄마한테 굽신거려야 했습니다.
교권이 엉망이기 때문이죠.
학교 선에서 지도하면 그만일 일로 이래야 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해봤자, 피해자의 부탁을 별 거 아닌 일로 치부하며 내 새끼 오구오구 하는 학부모에겐 무용지물이더군요.

애초에 '학내에서 타 학생을 괴롭히고 그 사실이 인정되면 상급학교 진학에 영향을 주는 징계' 같은 학칙이 있었더라면, 차라리 깔끔했을 겁니다.

애들 체벌하라는 얘기 아닙니다. 그냥 서류로 직행하면 그만이죠.
그 서류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학교에서 소란 피우는 학부모는 당장 경찰 신고하고 학내 질서 침해 같은 죄목으로 체포해가면 될 일입니다.
학교는 안전해야 하니까요.

학폭 사례 보면, 피해 아동과 학부모가 학폭위 올라가고 교육청 심의위원회 가서 직접 진술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필요 없는 자잘한 일이 수두룩해요. (제 딸 경우도 명백하게 그랬습니다)
애초에 교권이 제대로 작동해야 선량한 학생들과 학부모가 두 다리 뻗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딸 사건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삶을 포기할 정도로 힘드셨던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교권회복 운동이 제대로 일어나길 바랍니다.

그게 악한 사람들 설치지 못하게 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살 길입니다.



초/중/고 재학중인 삼남매를 키우며 화장품 유통 사업과 작은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강의와 글 생산 노동을 포기하지 못하여 프로N잡러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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