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비건] 해방인가, 또 다른 집착인가?

양민영
양민영 · 작가
2024/04/25
여성에게 욕망과 만족과의 관계는 마치 더 넓은 세상에서의 자아감과 장소감을 반영하는 거울처럼 작동한다. 여성은 말그대로 어디까지 스스로를 욕망하게 할 수 있는가? 이 욕망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가? 실제로 얼마나 자유롭다 느끼는가? 또는 어떻게 참는가?
-캐럴라인 냅


비슷한 꿈을 반복해서 꾼다. 꿈에서 나는 사기꾼(주로 남자다)에게 속아 나도 모르게 고기를 먹거나 우유를 마시고 괴로워 한다. 그런 꿈을 꾼 날에는 종일 기분이 우중충하다. 왜 이런 꿈을 꾸는가 톺아보면 우중충함은 배가 된다. 
주변에서  채식주의자가 돼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음식을 향한 집착에서 해방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백 번 양보해서, 반복되는 악몽이 채식을 중단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반영이라고 해도 이런 전조현상은 해방과 거리가 멀다.   
사실 나는 심각하게 의존적이다. 겉으론 독립적이고 아쉬울 게 없어 보이지만 천만에. 별의별 하찮은 것에 의존한다. 내면의 분노에 의존하고 불확실한 기억에 의존하고 편협한 경험에 의존하고 심지어 의존성 자체에 의존한다. 진정으로 마음이 평화로웠던 적도 없지만 어쩌다 비슷한 상태에 도달해도 긁어 부스럼 격으로 없는 번뇌를 지어내는 게 나라는 인간이다. 
특히 음식에 의존했다.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도하기 전인 불과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의존을 넘어 음식 중독이었다. 요즘은 먹는 게 괴로운 삶의 보잘 것 없는 보상이기도 하고 성인이 건전하게 즐기는 놀이로도 통하니까 얼마든지 미식 취미 따위에 묻어갈 수 있었다. 
슬플 때 먹고 지루할 때 먹고 화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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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비건, 초보 복서이고 본업은 작가입니다. 페미니즘 에세이 '운동하는 여자'를 썼고 한겨레 주말 ESC, 오마이뉴스, 여성신문에 페미니즘과 운동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고 생동감 있는 삶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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