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길손에게-건국대 대학원 신문 창간호에 부쳐-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24
이른 새벽 길손에게
-건국대 대학원 신문 창간호에 부쳐-
   
   
박선욱
   
나는 그대를 길손이라 부르마
이제 막 길어올린 우물물로
햇새벽의 목을 축이고
후박나무 잎새마다 매달린 어둠
말끔히 털어내는 어린 나그네여
   
그대 한밤 지나 꼭두새벽
자리 털고 일어난 곳은 어디인가
우리들의 가위눌린 꿈 한복판인가
허리 잘린 강토의 옆구리인가
투명한 이상의 꽃망울인가
   
길손이여
그대 정(淨)한 붓을 잡고
힘있게 써내려간 글씨 한 획이
오늘 향기를 뿜어내는구나
첫정마냥 각별하구나
   
설령 누가 그대 정수리에
녹슨 철조망을 월계관처럼 들씌워도
설령 그대 심장에 누가
납덩이를 매달아놓아도 길손이여
그대 발걸음을 뉘라서 막을 수 있으랴
   
보라, 나그네여
저 밀물져오는 정론(正論)의 사명감을
실핏줄마다 아로새겨지는 직설(直說)의 미덕을
상쾌한 젊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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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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