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와 에로스
탱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설레고 우아한 장면이나 쇼탱고에 나온 격정적인 관능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가 느낀 탱고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2007년에서 2011년까지 남편때문에 유학생 아내로 뮌헨에 살았던 적이 있다. 유학이라는 건 참 외로운 일이다. 게다가 독일은 날씨까지 춥다. 추운 독일의 겨울날. 교회의 긴 의자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급하게 들어왔다."어, 누나 안녕하세요" M군이었다. 지각을 해서였을까.
그는 내 옆 자리에 급하게 앉다가 실수로 미끄러져서 내 허벅지에 M군의 허벅지가 닿았다. 윽, 차가워. 이미 몸을 꽤 녹여놓았는데, 그가 한기를 몰고 들어온 거다. 맞닿은 허벅지를 통해 내 몸의 온기가 M군에게로 건너가고 있었다. 아, 그런데 그가 허벅지를 떼지 않네. 뭐지, 싶은데. 조금 생각해 보니 안 떼는 게 아니라 못 떼는 거였다. 아마 동성이라면 "야, 차가워, 치워"벌써 이랬을텐데, 아니면 "뭐냐? 내 성정체성을 뒤흔들지 마라"라며 장난삼아 말을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가 몰고 온 한기는 나도 익히 아는 것이었다. 몸이 한번 식으면 하루 종일 추운 독일의 겨울. 혼자 떠나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