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 첫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장파덕 · 20대 청년 법조인
2024/02/23
 국어교육을 전공하는 친구에게, '인생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 친구가 <보바리 부인>을 추천해 주었다. 초반부만 보면 굉장히 통속적인 이야기이지만, 결말 부분을 보면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를 덧붙였다. 그 때는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읽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현대문학에 대한 반감이 심했던 때였기 때문에, 19세기에 출간되어 오늘날까지 두루 읽히고 있는 명작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과연 잘 읽히는 책이었다. 물론,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글을 읽고 상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소설 속 구체적인 묘사를 머릿속에 그려내는 데 애먹었다.
 그런 소소한 애로사항들이 있었지만 50쪽을 거의 30~40분만에 읽을 정도로 금방 읽었다. 아마 심심했더라면 550쪽이 넘는 이 소설을 2~3일만에도 다 읽었을지도 모른다. 초~중반부를 보면, 왜 내 친구가 이 소설을 '인생 소설'로 추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다소 뻔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도시의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는 시골 중산층 소녀가 나이 많은 의사와 결혼한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럭저럭 예쁜 의사 사모님을 적당히 '놀다 버리려고' 작정한 바람둥이 부자의 꼬임에 넘어가서 불륜을 저지른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였으나 곧 차인다. 한동안 수녀처럼 살다가, 또 불륜을 저지른다.
 K-드라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줄거리같지 않은가? 허영심 많고 화려함을 동경하는 중산층 여자가 불나방처럼 불륜의 세계에 뛰어들어 결국 파멸하고 마는 그런 권선징악형 소설은, 우리나라의 <자유부인>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아주아주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통속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물론,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이 소설을 평가할 수도 있다. 19세기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에게는 사회적인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고, 결혼 이후에 아무런 사회적 역할이 없는 중산층 여성이 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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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삶, 인간다운 삶에 관심이 있습니다. 정치학과 법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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