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숙성 발베니 Balvenie를 삼켜버린 날

김지수
김지수 인증된 계정 · 잡식성 글을 쓰는 남자
2023/01/21
출처 : 필자의 직접 촬영
헌책방에 가면 유독 심하게 나는 퀴퀴한 내음이 있다. 대부분 꽂혀있는 고서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이걸 한 마디로 일축하기가 어렵다. 분명 오래된 냄새인데, 뭔가 복잡미묘한데다가 일정하지 않게 진하고 옅은 농도의 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이 그윽하고 황홀한 냄새를 영국의 과학자들이 한 단어로 결론을 냈다. ‘woody 우디향’. 영국 세인트폴 대성당, 버밍엄 박물관 및 미술관에서 100년 이상 된 고서들이 풍기는 냄새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란다.
물론 설문조사도 했다. 그래서 나무향 외에도 ‘smoky 스모키향’, ‘earthy 흙내음’, ‘coffee 커피향’, ‘chocolate 초콜릿향’, ‘vanila 바닐라 향’ 등도 등장했다.

그런데 여기에 화사한 ‘fruity 과일향’, ‘dried citrus 말린 오렌지껍질’ 그리고 ‘peated(암모니아?) 이탄향까지 가세한다면 바로 스카치 싱글 몰트 위스키의 향과 맛이 된다.

둘이 비슷한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오크통과 책의 재질인 종이 모두 나무 wood라서다.
VVIP 프라이빗 시음회에 초대받았다. 위스키 애호가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굉장한 술’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라 기대와 긴장으로 울렁거리는 심장을 꽉 쥔 채 서울옥션에 들어섰다.

그 주인공은 THE BALVENIE DCS COMPENDIUM CHAPTER 1 – 5.

요즘(이미 유명했지만) 가장 ‘핫’한 스카치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 Balvenie의 모든 가치가 집약 COMPENDIUM 된 최고의 제품 콜렉션을 말한다.
다양한 숙성 기간을 거친 다섯 종류의 빈티지 제품을 다시 다섯 개의 테마로 나누었다. 일년에 최소 수 십 만병 판매하는 엔트리 라인이 아니라 고르고 골라 한 해 또는 십 년 동안에 2~300병 정도만 출시하는 레어 아이템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 중에는 발베니 증류소의 전설적인 몰트 마스터(레스토랑의 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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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인문학 서적 '가구, 집을 갖추다'를 출간했고 사회, 정치, 경제, 철학, 문화, 예술의 문턱 앞에서 대중문화, 라이프스타일 특히 술(위스키 &우리술)과 관련된 잡식성 글을 종종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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