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금 한 번 두 번 다시 없으니, 무서워 마세요.¹

화
· 봄의 정원으로 오라.
2023/05/03
2021년 11월의 글을 마지막으로, 간만에 다시 찾는 얼룩소.

어느 사늘한 겨울에 놓았던 펜을 2년이 지난 지금, 여름의 초입 같은 날에 다시 붙들게 되었다. 그동안 미성년자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대학 공부도 하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며 나날을 보냈다. 입시에 치여 놓고만 있었던 문학의 끈을 다시 잡아 문학상에 당선되기도 하고, 국경 너머의 동포 아이들에게 한국을 원없이 보여주는 재외동포 지원 활동도 하고. 이 사회에 입성하여 바쁘게 보낸 날들이 눈에 선하다.

또 한편으로는 다사다난하기도 한 두 해였다. 어릴 적부터 남달리 사랑하던 조모님께 사고가 생기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병원과 집을 오갔으니. 지난 여름이었을까. 한밤중 걸려 온 전화로 심장이 떨어져내리는 줄만 알았다. 조모님께서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가고 계시다는 소식. 곧장 채비를 하여 병원으로 향했고, 당시엔 코로나19로 인해 보호자의 출입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전화기만 붙잡은 채 기다렸다. 우여곡절도 많았으나 ... 치료 후 차도가 좋아져, 자택 요양으로 일단락된 줄 알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그것이 다가 아니었던 거다

얼마 전 정기 검진에서 담석을 발견해 다시 입원을 하셨고, 바뀐 간병인 정책 가족 중 움직이기 제일 편한 부친이 요양보호사님과 교대로 계시게 되었다. 아무래도 온 가족이 조모님과 아버지를 걱정하여 매일 끼니를 만들어 병원에 들리는데. 


참 분주한 나날들.

일단 강의가 끝나면 볕이 달아오르는 즈음 귀가해서, 아버지가 드실 음식을 준비해 병원으로 간다. 출입용 바코드를 찍고 조용히 들어가 빨랫감을 받고, 대신 새 옷가지가 담긴 종이백을 두고 온다. 입을 사람은 십중팔구 휴게실 소파에서 엉성한 자세로 잠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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