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지중해 ①> 티파사 해변, "수영을 한탕 때린" 카뮈의 바다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0/10
wikimedia common

지중해에 면한 북 아프리카의 나라 알제리로 떠납니다. 85년 전쯤 20대 초반의 알베르 카뮈(1913~1960, 1957년도 노벨문학상 수상)가 “수영을 한 탕 때린” 후 “얼음 같이 차가운 초록색 박하냉차”를 마셨던 티파사 해변으로 갈 겁니다. 거기 머물면서 그가 보았던 온갖 색채의 지중해 꽃나무들을 구경할 겁니다. 알제리의 수도 알제(Algier)에서 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티파사(Tipasa)’는 기항지라는 뜻입니다. 옛 로마사람들은 군함 대기 좋은 이곳을 점령하고 신전과 주거지, 원형 경기장 같은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유네스코는 1982년 폐허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 로마 문명의 찬란함이 어려 있는 이 유적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정했습니다. 

알제리가 프랑스 식민지일 때 알제에서 태어난 카뮈는 지중해와 지중해 사람들을 너무 사랑해 ‘지중해적 인간’으로 불렸습니다. 그를 유명하게 해준 소설 <이방인>과 <페스트>는 각각 알제와, 알제리 제2의 도시인 오랑이 배경입니다. 두 도시 모두 지중해를 끼고 있지요. <티파사에서의 결혼>에는 집을 떠나 티파사에 들른 카뮈의 젊었던 그날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고 힘차며 생각 깊은 문장이 가득합니다. 태양의 작열, 파도의 비말, 모래밭의 뜨거움, 꽃나무들의 눈부심, 바람의 시원함이 폐허에서 번져 나오는 덧없음과 뒤섞입니다. 카뮈는 이 모든 것 속에서 자신이 티파사와 결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티파사에 도착한 카뮈는 달아오른 폐허와, 폐허의 돌더미 사이 여기저기에 피어난 꽃나무와 풀숲을 지나 짙푸른 바다에 이릅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가늘어진 그의 눈길은 온갖 색깔의 꽃나무와 풀숲에 이끌립니다. 
“장밋빛 부겐빌레아, 희미한 붉은 빛 부용화, 푸른 붓꽃의 섬세한 꽃잎, 미나리아재비, 유향나무와 금작화, 붉은 제라늄, 등대 밑의 노랑 보라 빨강 꽃들 자욱한 살진 식물들(다육...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하드리아누스 …, 스미스, 미제스, 하이에크, 자유, 시장경제, 나보코프, 카잔자키스, 카뮈, 쿤데라, 마르케스, 보르헤스, 무질, 브라이슨, 마그리스, 미당, 서정인, 김원우, 안동, 낙동강, 빈, 에든버러, 다뉴브, 겨울 지중해, 석양의 수니언 베이, 비 젖은 오랑
50
팔로워 67
팔로잉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