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내견이야> : “잠깐, 노란조끼에 주목해주세요!”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0/08

3년 전 집 근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매니저로 근무할 때였다. 비교적 한갓진 오후 3~4시 즈음, 하얀 말티즈 한 마리를 품에 안은 손님이 방문했다. 잠깐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던 손님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강아지도 들어갈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항은 전달받은 것이 없어서 우물쭈물하던 차에, 주방에서 케이크를 만들던 ‘P 매니저’ 님이 일을 마치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상황을 파악한 P 매니저님은 “음식을 파는 곳이라서 동물이랑 같이 매장 이용은 불가합니다. 테이크 아웃만 가능해요.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손님이 커피 몇 잔과 케이크를 포장해 간 후, 나는 P 매니저님께 추가로 궁금한 사항을 여쭤보았다 “매니저님, 그럼 안내견도 출입하면 안 돼요?” 반려견은 그렇다 쳐도 안내견은 특수 훈련을 받은 견공들이니, 당연히 예외가 적용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P 매니저님은 단호하게 “동물은 다 안 돼요.”라고 못 박았다. 나는 그 말에 적이 놀랐다. 프랜차이즈 특성상 직영점과 가맹점은 본사 지침을 따라야 한다. 불시에 큐씨가 점검을 나왔을 때, 본사의 규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매장 관리와 서비스 품질 면에서 감점을 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는 ‘P 매니저’의 윤리적 태도에 놀란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장애인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충격받았던 것이다. 

대기업이 안내견의 출입을 금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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