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차별 이야기

이상희
이상희 · 인류의 진화
2024/05/16
미국에서 대학교수는 오랫동안 부유한 계급의 백인 남성이 독점한 직종이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교수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노력으로 여성과 소수 민족 교수가 늘어났으며 지금은 넌바이너리, 장애 등 다양성의 저변을 늘이고 있다. 그래도 아직 대학교수 중 여성 교수는 절반에 한참 못 미치며, 여성 교수들의 대다수는 조교수와 부교수 직위에 속하고 있다. 여성 정교수는 20-30% 정도다. 여성 교수들이 대거 임용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차례로 승진 절차를 밟고 곧 정교수진에 대거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은 몇십년 째 그대로다. 

옛날에는 조교수급에 몰려있는 여성 교수의 분포를 가리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했었다. 정교수급에 여성 교수의 비율이 적지만 정교수급은 은퇴를 앞둔 노년층 교수이기도 하다. 이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그 빈자리를 계속 다양한 교수진으로 구축하면 점점 다양한 교수진이 갖추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니 현재 조교수급에 몰려있는 여성 교수들은 조만간 조교수 및 부교수급에 퍼지고, 또 조금 더 지나면 정교수급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들이 순차적으로 승진 가도를 달릴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조교수급에 몰려있는 여성 교수들은 계속 조교수급에 몰려있었다. 점점 부교수와 정교수로 움직이면서 퍼져나간 것이 아니었다. 일단 조교수급으로 진입하면 그다음부터는 수도관처럼 죽죽 나갈 것이라는 전망은 틀렸다. 조교수급으로 시작했어도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파이프의 물이 새는 것처럼 말이다. 조교수로 시작해서 테뉴어를 받아 부교수가 된 다음에 정교수로 승진하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았다. 아직도 여성 정교수의 비율은 기대치보다 훨씬 낮다. 여성 교수의 비율이 생각보다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여성 교수들이 중도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그중에는 심사 과정의 불이익을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우리 학교의 여교수회장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 학교에서 교수의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의 수장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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