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여 영화가 되어라!
2023/03/28
영화 <파벨만스> 리뷰
스티븐 스필버그의 2022년 작 <파벨만스>는 익히 알려진 대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수많은 영화 크레딧에 새겨진 스필버그란 이름표 뒤에 감춰진, 그 많은 업적을 가능케 했던 거장의 내밀한 개인사는 환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행복한 꿈결 같은 게 아니다. 당연히 그의 삶에도 고통, 증오, 번민의 곡절이 있었다. 그 이야기가 어떤 이에겐 충격적일 수도, 어떤 이에겐 식상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시점에 자신의 기원을 톺아보는 이 작업이 무엇을 의미하냐는 것이다. 과연 <파벨만스>는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은 개인들의 이야기가 공허하게 늘어지는 근래의 자기 진술적 기류 속에서 거장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을 안온한 위인전기인가. 아니면 평생을 영화에 투신한 이가 선사하는 또 한 번의 매혹의 순간인가. 적어도 내 눈엔 후자가 확실해 보인다.
홈비디오의 순간 <파벨만스>는 감독 스필버그의 유년기를 다루나, 개인적 서사에만 머물진 않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감독의 분신인 '샘 파벨만'과 그의 일가, 특히 부모(버트&미치 파벨만)와의 관계가 영화 전체를 견인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샘의 엄마 미치와 버트의 친구인 베니 사이 애정 관계를 샘이...
@강부원
최근에 조던 필의 <놉>도 그렇고, 영화를 사랑하는 창작자들은 영화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볼 때, 그리고 제 나름 그 가치를 평가해 볼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지점은 '이게 영화여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때 영화를 사랑하는 창작자들의 작품은 그 형식의 조형미, 장르의 적합성도 단연 두드러지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이 물씬 드러나기에 보는 입장에서도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ㅎㅎ.
@김병민
제가 예술에 대해 항상 생각하던 지점을 조심스레 풀어봤는데, 흥미롭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본문엔 적지 않았지만, 예컨대 플라톤 미학의 뮤즈 강림이나, 플로티누스의 이데아 하강 이론 같은 개념들을 전 일종의 '의도치 않은 여백'으로 보거든요.
물론 논증을 거치지 않은 제 뇌피셜이라 진지하게 다룰 생각은 못 했는데 말씀 들으니 한 번 깊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예시로 드신 <싸이코>의 경우, 그 유사한 게 <파벨만스>에도 있네요. 샘이 찍은 세계대전 영화에서 죽은 병사들의 시신을 보여주기 보다, 부하를 모두 잃은 지휘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연출이 등장하죠.
글 쓸 때는 생각을 못했는데 말씀 들으니 정확히 들어맞는 장면이 영화에 있었네요. 스필버그는 정말 놀라운 감독인 거 같습니다.
병민 님 덕분에 저도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라는 대상을 다시 영화화하는 작품들이 있더군요. 영화속 영화, 영화의 영화화라고 하면 되려나요. 스필버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영화같은 삶을 다루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진짜로 사랑하는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비평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영화 예술의 진수가 의도치 않은 여백에서 비롯한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의도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예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싸이코>를 들 수 있겠네요. 영화에서 샤워 씬의 잔인함은 실제로는 보여지지 않았지만, 음악과 편집의 힘으로 더 강렬한 공포를 전달한 것처럼요. "때때로 (의도와 무관하게) 말하지 않고, 보여주지 않음에서 더 큰 의미에 다가서지 않던가"하는 말에도 동감합니다.
또한, 샘의 연출 일화를 통해 영화 예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영화 <시네마 천국>을 생각해봤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프로젝터를 조작하는 '알프레도'라는 인물을 통해 영화 예술의 순수함과 동시에 현실과의 괴리를 보여주죠. 이처럼 영화의 미학과 현실의 미학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많은 작품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강부원
최근에 조던 필의 <놉>도 그렇고, 영화를 사랑하는 창작자들은 영화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볼 때, 그리고 제 나름 그 가치를 평가해 볼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지점은 '이게 영화여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때 영화를 사랑하는 창작자들의 작품은 그 형식의 조형미, 장르의 적합성도 단연 두드러지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이 물씬 드러나기에 보는 입장에서도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ㅎㅎ.
영화라는 대상을 다시 영화화하는 작품들이 있더군요. 영화속 영화, 영화의 영화화라고 하면 되려나요. 스필버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영화같은 삶을 다루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진짜로 사랑하는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비평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영화 예술의 진수가 의도치 않은 여백에서 비롯한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의도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예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명작 <싸이코>를 들 수 있겠네요. 영화에서 샤워 씬의 잔인함은 실제로는 보여지지 않았지만, 음악과 편집의 힘으로 더 강렬한 공포를 전달한 것처럼요. "때때로 (의도와 무관하게) 말하지 않고, 보여주지 않음에서 더 큰 의미에 다가서지 않던가"하는 말에도 동감합니다.
또한, 샘의 연출 일화를 통해 영화 예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영화 <시네마 천국>을 생각해봤습니다. 그 영화에서는 프로젝터를 조작하는 '알프레도'라는 인물을 통해 영화 예술의 순수함과 동시에 현실과의 괴리를 보여주죠. 이처럼 영화의 미학과 현실의 미학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많은 작품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