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했더라면 '4.3 학살'도 없었다[수산봉수 제주살이] 역사를 통해 본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오마이뉴스 이봉수 23.08.16)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8/16
'항명'했더라면 '4.3 학살'도 없었다
[수산봉수 제주살이] 역사를 통해 본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오마이뉴스 이봉수 23.08.16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는 버려진 땅이었고 죄수를 보내는 유배지였다. 지금은 이익을 노려 자본이 몰려들지만 진정으로 제주를 위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나 또한 제주 사람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 있으리라. 그런 제주인의 한과 정서를 이해하려다 제주학에 빠졌고 도민이 됐다. 키아오라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제주가 진정한 미디어와 인문학 교육의 중심이 되게 하겠다는 각오로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을 설립했다. 제주는 오름의 섬인데 키아오라 바로 뒷산이 대수산봉이고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었기에 '수산봉수'라는 팻말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수산봉수의 제주살이'는 제주학을 배경으로 내 일상에 사회적 발언을 실어 보내는 글이다.[편집자말]
   
아름다운 제주 곳곳이 학살의 현장이라니...

2년 가까이 제주학에 빠져 올 봄부터 여름까지는 제주4.3 관련 책 11권을 읽었다. 4월 3일 <한겨레> 허호준 기자가 <4.3, 기나긴 침묵 밖으로>를 출간한 데 이어 7월에는 현기영 작가가 3권짜리 소설 <제주도우다>를 내놓은 게 계기였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4.3평화재단에 가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구하고 제주4.3연구소 후원회에 가입해 관련 자료를 많이 받아와 읽었다.
요즘은 틈틈이 4.3 현장을 돌아다니며 유적지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제주 곳곳이 학살과 암매장의 현장이라니! 키아오라리조트에서 매일 쳐다보는 성산 일출봉 아래 광치기해변부터, 제주에서 가장 넓은 백사장이 있는 표선 해수욕장, 서귀포 정방폭포, 대정읍 섯알오름, 함덕 해수욕장과 서우봉의 빼어난 절경까지 모두 먹먹함과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연간 1500만 명이 설렘 속에 뜨고 내리는 제주공항 활주로는 총살형을 집행해 암매장한 곳이어서 지금까지 발굴한 유해만도 387구에 이른다. 페리선이 오가는 제주항 앞바다는 예비검속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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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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