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왕생>, 한국 여성만화의 전통을 잇는 새로운 정통
2024/04/08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에서 출발해 당산에 도착할 때까지 당산철교를 지나는 한 구간에만 나타나는 귀신이 있다. 꼭 비가 쏟아지는 날에 나타나 눈이 마주친 인간에게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를 부르게 하는 귀신이다. 지옥도를 다스리는 지장보살의 좌협시이자 자비 없는 워커홀릭 호법신 도명 존자는 감히 윤회의 고통을 피하려 드는 이 하찮은 귀신을 직접 징벌해 지옥에 끌고 감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다 관음보살에게 들키고 만다. 관음보살은 문제의 ‘당산역 귀신’, 스물여섯의 나이로 죽은 박자언에게 가장 중요한 한 해를 다시 살게 해주기로 하며 도명에게도 명한다. 박자언의 곁에 머물다 그 해가 끝나는 날 박자언을 극락왕생시키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간은 2011년, 부산의 한 여고에 다니던 박자언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날로 되돌아간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엄청난 인기를 끄는 ‘회귀·환생’ 설정은, 죽은 주인공이 이미 알고 있는 판에 되돌아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능력을 ‘레벨 업’함으로써 강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