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나에 자살을 시도했다. 겁이 많아서 실패했다. 그 뒤로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기 위해 집착하듯 책을 읽었다. 물론 자살 생각이 사라진 건 아니어서 책에 오래 집중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뒤부터 무기력하게 누워 있다가 겨우 몇 페이지를 읽었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자살 이론을 접했고, 누구도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배웠다. 그리고 정치를 바꿔야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배웠다. 자살은 절망의 증상이었고, 절망의 원인은 주로 정치였다.
사실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정치에 관심 있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창이었는데,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서먹하던 집안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다. 문제가 생기면 해법을 찾기 마련. 어릴 때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본 대공황 시대와 지금 상황이 비슷한 것 같아서, 공황, 경제, 자본주의 같은 단어를 인터넷에서 무작정 검색했다. 그러다가 혁명, 레닌, 마르크스를 접했다. 그 의미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