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작가로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택한 곳이 전주였다. 전에 살던 곳의 인구가 145만 정도였고, 전주는 65만 정도이니 절반이 채 안 되는 공간으로의 이주였다. 모든 것이 전보다 부족하리라는 예측이 가능했지만, 오히려 작은 도시가 갖고 있을 문화에 마음이 끌렸다. 전주로 온 후에 일상의 파도는 잔잔해졌고, 복잡했던 공간을 헤집던 발길은 한적한 곳을 딛고 다닌다. 누군가는 그 한적함을 ‘결여(缺如)’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비어 있는 공간’이란 판단은 오해다. 그곳에는 분명 무언가 자리하고 있지만, 그 존재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이다.
공간을 인공적인 것들로 채워야만 문화가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 ‘결여’로 보는 것을 누군가는 ‘여백’으로 읽는다. 서울에 있는 것이 전주에 없다는 사실을 결여로 볼 것이 아니라, 문화적 형상이 다른 것으로 읽으면 된다. 한 공간에 사는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인공적 구성요소들을 선택하는데, 인구 수, 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