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 장희빈의 원샷 - 혀들의 시대1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2/20
출처 픽사베이
    지금으로부터 2,300∼2,500년 전 위대한 요설(饒舌)의 시대가 이 행성에 존재했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시기에 동양촌과 서양촌을 아우르는 공진화(共進化)라도 있었던 것처럼 동양과 서양 땅 모두에서 위대한 입들이 나타나 찬란한 요설(饒舌)의 시대를 이루었다. 

    혓바닥 좀 놀린다는 무수한 전설들이 동양과 서양의 중원을 누비다 하늘로 불려 올라갔는데, 하늘에 올라가보니 언어가 달라도 말이 통하고, 문자가 달라도 서로의 생각이 이해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함께 살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서열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서로의 책력이 달랐으므로 태어난 순서로 서열을 정하기도 어려웠고, 혓바닥으로 주유천하했던 인물들인지라 개와 닭처럼 싸워 서열을 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들의 입은 지극한 반열에 올랐으나, 살아생전 서로의 음식을 맛보지 못한 터여서 함께 밥상에 앉기도 어려운 것도 함께 살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하여 동양과 서양의 전설적 ‘구라’들은 각각 출신 별로 나뉘어 동양의 구라들은 동양의 구라들끼리 서양의 구라들은 서양의 구라들끼리 한동네에 모여 살았다. 동네를 이웃에 두는 꼴도 용납하기 어려워 산과 물이 갈린 곳에서 동양촌과 서양촌으로 따로 촌락을 이루어 서로 경원하며 살았다. 
   
*
    동네를 이룬 가운데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이름깨나 날렸다 싶으면 골목 하나를 차지할 수 ...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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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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