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상상력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2/29
출처-픽사베이
    전업 작가로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택한 곳이 전주였다. 전에 살던 곳의 인구가 145만 정도였고, 전주는 65만 정도이니 절반이 채 안 되는 공간으로의 이주였다. 모든 것이 전보다 부족하리라는 예측이 가능했지만, 오히려 작은 도시가 갖고 있을 문화에 마음이 끌렸다. 전주로 온 후에 일상의 파도는 잔잔해졌고, 복잡했던 공간을 헤집던 발길은 한적한 곳을 딛고 다닌다. 누군가는 그 한적함을 ‘결여(缺如)’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비어 있는 공간’이란 판단은 오해다. 그곳에는 분명 무언가 자리하고 있지만, 그 존재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이다. 

    공간을 인공적인 것들로 채워야만 문화가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 ‘결여’로 보는 것을 누군가는 ‘여백’으로 읽는다. 서울에 있는 것이 전주에 없다는 사실을 결여로 볼 것이 아니라, 문화적 형상이 다른 것으로 읽...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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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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