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기이한 존재들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2/27
직접 촬영
 
   호수를 얼리는 서슬 퍼런 추위가 몰아쳐야만 나타나는 존재가 있다. 추위 때문에 그들이 살던 곳을 떠나는 모습인지, 추위 덕분에 그들이 살던 곳에서 잠시 나와 세상 구경을 하는 모습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추위와 함께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만을 알 뿐이다. 
   며칠 강한 추위가 닥쳤고 어김없이 그들이 나타났다. 동네 작은 호수 기지제에 올해는 외눈박이가 나타났다. 전에 보지 못한 존재였다. 머리처럼 보이는 부분에 물나무가 자라고 있는 눈동자 하나만을 가진 모습이었다. 
   드러난 모습만으로는 몸의 나머지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팔은 가졌는지, 손가락과 발가락은 가졌는지도 알 수 없다. 눈동자...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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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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