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문학 5 - <동사서독> - 詩와 같은 죽음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1/30
출처-네이버 영화
     <동사서독>은 무협지계의 전설인 김용의 <사조영웅전>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영화는 전적으로 왕가위의 작품이다. 약간의 단초가 있었을 뿐이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움직이는 것은 오직 사람 마음이라.” 6조 혜능의 ‘풍번문답(風幡問答)’, “깃발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 탓도 깃발 탓도 아니다. 오로지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를 빌려왔을 것이다. 
   
    한국에 소개된 영화명은 동사와 서독이라는 두 인물에 초점을 맞춘 <동사서독>이지만, 영어로 된 제목은 <시간의 재Ashes Of Time>다. 영화 속에는 죽음이, 가을날의 낙엽처럼 어지러이 흩어져 내린다. 죽음은 시간의 끝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과 흔적들이 추악하든 아름답든 잔영으로 오래도록 죽음의 자리에 남아 어른거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른거림은 산 자의 눈에, 산자의 기억에 깃든 것이다. 산 자의 눈과 산 자의 기억도 사막을 휩쓰는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사라진다. 그렇게 죽음은, 시간의 종말은 바람에 날려가는 재처럼 허망하기 그지없다. 
   
    칼이 번득이고, 나가떨어지는 팔 다리와 더는 움직임이 없는 널브러진 육신들이 등장한다. 어떻게 해도 아름다울 수 없는 장면. 그런데, 죽음이 흐르는 영...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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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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