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반 베르헴이 에칭 화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가 말한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자신이 통과하는 풍경의 광채에서 몸을 빼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네. 바람과 세월에 닳고, 피로와 기쁨에 탄력 잃은 살갗, 갖가지 체모, 눈물, 땀방울, 손톱의 머리카락, 이런 것들이 마치 낙엽이나 죽은 나뭇가지처럼 땅에 떨어져, 두툼한 살갗 외부로 점점 더 빈번히 빠져나가는 영혼을 흩어지게 하지. 마지막 떠남은 사실상 흩어짐에 불과해. 늙어갈수록 나는 내가 도처에 있음을 느끼네. 이제 내 육체 속에는 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 두렵네. 내 살갗이 지나치게 얇아졌고, 구멍이 더 많이 생겼다고 느끼지. 난 혼자 중얼거리네. ‘언젠가 풍경이 나를 통과하겠지.’”
- 『로마의 테라스』, 파스칼 키냐르, 송의경 역, 문학과지성사, 2002.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어떤 풍경은 마지못해 들어간다. 삶을 꾸릴 근거들이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