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문장 12 – 풍경이 나를 만졌어
2023/09/04
아브라함 반 베르헴이 에칭 화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가 말한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자신이 통과하는 풍경의 광채에서 몸을 빼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네. 바람과 세월에 닳고, 피로와 기쁨에 탄력 잃은 살갗, 갖가지 체모, 눈물, 땀방울, 손톱의 머리카락, 이런 것들이 마치 낙엽이나 죽은 나뭇가지처럼 땅에 떨어져, 두툼한 살갗 외부로 점점 더 빈번히 빠져나가는 영혼을 흩어지게 하지. 마지막 떠남은 사실상 흩어짐에 불과해. 늙어갈수록 나는 내가 도처에 있음을 느끼네. 이제 내 육체 속에는 내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아.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 두렵네. 내 살갗이 지나치게 얇아졌고, 구멍이 더 많이 생겼다고 느끼지. 난 혼자 중얼거리네. ‘언젠가 풍경이 나를 통과하겠지.’”
- 『로마의 테라스』, 파스칼 키냐르, 송의경 역, 문학과지성사, 2002.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어떤 풍경은 마지못해 들어간다. 삶을 꾸릴 근거들이 도무지 좋아할 수 없는 풍경 속에 더 많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문 앞마다 화분이 놓인 골목이 있고, 냄새가 가득 찬 형형색색의 사물이 전시대에 놓인 시장이 있고, 높낮이가 다른 빌딩들이 숲을 이룬 거리가 있다. 마로니에가 그늘을 드리운 공원이 있고, 왜가리가 외...
문 앞마다 화분이 놓인 골목이 있고, 냄새가 가득 찬 형형색색의 사물이 전시대에 놓인 시장이 있고, 높낮이가 다른 빌딩들이 숲을 이룬 거리가 있다. 마로니에가 그늘을 드리운 공원이 있고, 왜가리가 외...
@뉴비
풍경들이 하루 동안에도 참 많이 다가오고 지나가겠지만, 적어도 우리에겐 통관소를 만들어 선별할 권리가 좀 있을 겁니다. 물론 모든 풍경을 그럴 수는 없겠지만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풍경들은 그럴 수 있을 겁니다. ^^ 잘 골라서 멋진 풍경을 곁에 두세요.^^ 고맙습니다!
담긴 풍경이 익숙합니다. 같은 사물도 다른 풍경으로 담기는 듯 합니다. 각자의 풍경으로 시도 되고 글도 되고 핸드폰 속 사진으로도 남고....
오늘은 어떤 풍경을 담고 살아갈까요? 눈이 너무 무뎌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강현수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다
풍경에서 풍경으로 오가는 일에 대해 점점 더 신중하게 됩니다. 이러다가 붙박이가 되는 건 아닌가 싶다가,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좀더 친한 풍경을 가질 수 있겠다 싶고 그러네요.^^
고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들을 잘 묘사하고 있네요. 처절하리만치 ....그렇게 세상의 모든 풍경들이 나를 통과할테죠.우선 내 안의 쓰다남은 장기들을 비롯해서 다 닳아버린 뇌 무력한 근육들.낡아빠진 영혼, 결국 내가 풍경이 되어 그들의 풍경이 되어 줄겁니다.
담긴 풍경이 익숙합니다. 같은 사물도 다른 풍경으로 담기는 듯 합니다. 각자의 풍경으로 시도 되고 글도 되고 핸드폰 속 사진으로도 남고....
오늘은 어떤 풍경을 담고 살아갈까요? 눈이 너무 무뎌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소다
풍경에서 풍경으로 오가는 일에 대해 점점 더 신중하게 됩니다. 이러다가 붙박이가 되는 건 아닌가 싶다가,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좀더 친한 풍경을 가질 수 있겠다 싶고 그러네요.^^
고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들을 잘 묘사하고 있네요. 처절하리만치 ....그렇게 세상의 모든 풍경들이 나를 통과할테죠.우선 내 안의 쓰다남은 장기들을 비롯해서 다 닳아버린 뇌 무력한 근육들.낡아빠진 영혼, 결국 내가 풍경이 되어 그들의 풍경이 되어 줄겁니다.